오늘 오전에도 평소처럼 건강 걷기를 하려고 사마자야 숲에 갔다.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막 걷기 시작하려는 순간, 뒤에서 “한국인이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60대로 보이는 어르신 한 분.
깜짝 놀라 쳐다보니, “한국인은 티가 난다”며 반갑게 인사를 해 주셨다.
우연히 발걸음이 맞아 사마자야 숲을 두 바퀴 함께 걷게 되었는데, 걸으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분은 쿠칭에 온 지 벌써 30년이 넘으셨다고 했다. 아들은 한국 ○○에 살고 있고, 본인도 이곳에서 일을 하며 잘 정착해 행복하게 지내고 계셨다.
처음 몇 년은 영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어느 날 영어 학원을 6주 다니면서 영어 실력이 정말 놀라울 만큼 늘었다고 한다.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되더니, 그때 배운 걸 지금까지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예전에는 이곳 보르네오 섬에서 목재를 수출했지만 지금은 아프리카 쪽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또 한때 쿠칭에 한국 기업들이 토목·건설 쪽으로 많이 진출했을 때, 한국인들을 상대로 음식 장사를 하면서 자본을 모으셨다고. 지금은 집도 마련하고, 꽤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계신 듯했다.
“이제는 한국 친구보다 현지 친구가 더 많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한국에도 자주 가지만, 여기서의 삶을 완전히 정리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과도 끈끈한 관계가 있고, 이미 생활도 안정되고 사업도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건, 정말 사교성이 좋은 분이라는 점이다. 길에서 처음 만난 나에게 이렇게 살갑게 다가와 주시다니.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 내게, 30년의 삶을 들려주신 이분이 어쩌면 ‘귀인’일지도 모르겠다.